AI로 일하기: 업무 생산성 높이기#

개념과 도구를 알아봤으니, 이제 이것들로 당장 내 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장은 혼자서 제품을 만들기 전에, 혼자서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이야기입니다. 1인 스타트업에서 창업자의 시간은 가장 비싼 자원이고, 그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앞 장들에서 본 것처럼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서비스는 정보 검색, 요약, 번역, 글쓰기, 검수, 코드 작성 및 검토, 데이터 분석, 이미지 생성, 아이디어 도출 등에 두루 쓸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마다 부분적으로 장단점이 있지만 절대적이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바뀌므로, 여러 서비스를 써 보면서 문제 상황에 맞는 것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이 장의 앞부분은 그 활용법을 하나씩 짚고, 뒷부분은 채팅창을 넘어 작업 공간 전체를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방식을 다룹니다.
채팅창에서 할 수 있는 일#
정보 검색#
전통적인 검색 서비스는 사용자로부터 검색 키워드를 입력받아 관련 데이터를 나열하고, 사용자가 그것들을 탐색하며 원하는 정보를 찾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서비스에서는 친구에게 물어보듯 자연어로 질문하고 잘 정리된 답변 하나를 받습니다.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도 문제 상황만 설명하면 상황을 파악해 정리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며, 필요하면 역으로 질문해 더 적절한 응답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AI에게는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있고 상당히 그럴듯하게 응답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에는 응답을 맹신하지 말고 검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회사에 갓 취업한 신입 사원이 “주문 내역 엑셀 시트에 주문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쉽게 정보를 추가하라"는 업무를 받았다고 해 봅시다. 상품 정보 시트가 따로 있다는 것도, 엑셀의 함수도 잘 모르는 상태라면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하지만 AI에게 “주문자 아이디, 배송 주소, 주문 상품 코드, 주문 수량이 기록된 시트에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쉽게 정보를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상황을 설명하면, 상품 정보 시트를 준비하고 VLOOKUP 함수로 상품명을 조회하는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 VLOOKUP이 무엇인지 공식 문서로 따로 학습하면 됩니다.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를 찾아 주는 것이 AI 검색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요약#
현대 사회는 정보 홍수의 시대입니다. 그 많은 정보 중 일부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긴 글을 읽더라도 머릿속에 한 문장 정도만 남습니다. 그렇다면 요약된 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 시 구체적인 정보를 더 탐색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채팅형 AI 서비스에 웹 문서의 URL을 입력하거나 문서 파일을 첨부한 뒤 요약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AI 브라우저로 읽으려는 웹 문서의 요약을 바로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 블로그의 AI 뉴스 브리프를 에이전트가 매주 여러 소스를 읽고 요약해 초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요약"의 자동화입니다.
번역#
번역은 ChatGPT가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보편적으로 쓰이던 기능입니다. 달라진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맥락과 톤입니다. 전용 번역기와 달리 “비즈니스 이메일 톤으로”, “기술 용어는 원어 유지” 같은 지시가 통합니다. 다른 하나는 멀티모달입니다. 이전에는 음성 인식, 번역, 음성 합성이 각각 별개의 모델이라 느리고 품질도 떨어졌는데, 하나의 모델이 음성을 듣고 바로 다른 언어로 답하게 되면서 실시간 통역에 가까운 경험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책의 영문판도 에이전트가 번역하고 필자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글쓰기 및 검수#
LLM의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소설, 시나리오, 보고서, 제안서, 작명, 기획 아이디어까지 사용자의 요청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글을 작성합니다. 하지만 이미 쓰려는 글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경우에는 AI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내려면 그만큼 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그게 직접 쓰는 것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흐름만 정한 상태에서 구체적 내용은 AI에게 맡겨도 되는 경우, AI가 작성한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경우, 업무 이메일이나 보고서처럼 형식이 중요한 문서의 초벌을 만드는 경우에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내가 작성한 글의 문법과 문맥을 검수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코드 작성 및 검토#
AI의 코드 작성 능력은 글쓰기 능력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방대한 글을 학습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듯이, 방대한 코드를 학습했기 때문에 코딩을 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코드는 글보다 더 정형화되어 있어 샛길로 빠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고, 테스트로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필자는 LLM 기반 AI 서비스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직군이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자연어로 원하는 바를 요청하는 것만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컨셉입니다. 이상과 현실은 아직 차이가 있지만, “직접 타이핑하는 코딩”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직 벽이 꽤 높습니다. 첫 요청으로 초벌 코드를 만드는 과정은 순탄하나, 초벌 코드가 원하는 바와 다를 때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는 과정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AI는 코드를 설명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남이 작성한 코드를 넘겨받아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은 개발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상황 중 하나였고, 인수인계 기간이 지나고 나서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는 이미 인계자가 눈앞에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언제든 코드를 읽고 설명해 줍니다. 본격적인 활용법은 3부의 코딩 에이전트 장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Tableau나 Power BI 같은 전문 BI 도구는 강력하지만 학습 곡선이 가파르고 비용이 듭니다. 반면 채팅형 AI 서비스에 엑셀 파일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첨부하고 “‘진행 업무’와 ‘예정 업무’ 각각에 대해 ‘구분’별 ‘개발기간’을 합산해 막대 그래프로 그려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별도 학습 없이 그래프와 설명을 바로 얻습니다. 정교함과 재현성에서는 전문 도구에 못 미치지만, 초기 단계의 1인 스타트업에게는 “일단 AI로 빠르게 보고, 분석 요구가 복잡해지면 전문 도구를 붙이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엑셀 안에서는 Microsoft Copilot이 도표 생성, 수식 작성, 피벗 테이블 생성 같은 작업을 자연어로 처리해 줍니다. 채팅 서비스와의 차이는 현재 상황(맥락)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채팅 서비스는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테이블을 설명한 뒤에 질문해야 하지만, Copilot은 엑셀에 통합되어 있어 열려 있는 테이블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바로 수정합니다. 3부에서 말한 “제품이 컨텍스트를 대신 제공한다"는 것이 이런 의미입니다.
이미지 / 동영상 생성#
마케팅 배너, 제품 이미지, 앱 아이콘, 소셜용 짧은 영상 같은 시각 콘텐츠를 디자이너 없이 초안 수준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지 생성 AI로 만든 제품 이미지를 동영상 생성 AI에 넣어 프로모션 영상을 만드는 식으로 둘을 이어 쓰는 방식도 흔합니다. 필자는 이 책과 블로그의 모든 삽화를 이미지 모델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계는 3부에서 말한 대로입니다. 분위기는 잘 잡지만 정확한 도식은 어렵고, 원하는 결과를 한 번에 얻기보다 여러 번 생성해 고르는 워크플로가 현실적입니다.
HTML 페이지 생성#
AI를 이용하면 다양한 목적의 HTML 페이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HTML 페이지는 “웹사이트를 정식으로 개발한다"기보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는 간단한 화면(입력 폼, 버튼, 결과 영역 등)을 뜻합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본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하거나, 당장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도구를 만드는 데 특히 유용합니다.
첫 번째 활용은 기획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프로토타이핑입니다. 문서로 기획서를 쓰면 요구사항을 텍스트로 정리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가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떤 화면으로 이동하는지 같은 “실행 흐름"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획서를 AI에게 주고 “이 흐름을 보여 주는 프로토타입 HTML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클릭 가능한 화면을 빠르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활용은 나만의 도구입니다. 기본 계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계산기를 HTML 페이지로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작동하는 초벌"을 얻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용 도구는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채팅창을 넘어서: 작업 공간을 에이전트에게 맡기기#
위의 활용법들은 모두 “채팅창에 요청하고, 답을 받아서, 내가 어딘가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파일을 업로드하고, 응답을 복사해 붙여 넣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업로드해 질의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 왕복이 사라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작업 폴더를 통째로 주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이 개발하는 과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소스 코드가 들어갈 폴더를 만들고, 그 폴더를 개발 도구에서 열고, 폴더 안에 파일을 만들고 수정하고, 브라우저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코딩 에이전트가 들어오면 에이전트가 코드도 만들고, 브라우저에 앱을 띄워 화면을 보고, 로그를 분석해서 원하는 바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노력합니다. 이 구조를 개발이 아닌 업무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마음껏 활개칠 작업 폴더를 설정해 주고, 필요한 파일을 만들어 달라 하고, 원하는 대로 수정해 달라 하고, 할 줄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라 하고(스킬), 브라우저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필자는 처음에 이 생각을 Cursor로 시도했습니다. 폴더 하나를 만들고 메모, 요구사항, 회의록, 체크리스트 같은 텍스트 파일을 넣은 다음 Cursor에서 그 폴더를 열면, 에이전트가 폴더 안의 파일들을 알아서 참조하며 일합니다. 다만 Cursor는 태생이 개발 도구라서 비개발자가 쓰기에는 모를 만한 기능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뒤로 Claude의 Cowork처럼 비개발 업무를 위해 같은 구조를 제공하는 제품이 나왔습니다. 작업 폴더를 지정하고, 브라우저를 연결하고, 필요한 MCP와 스킬을 붙이면, 개발자가 아니어도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유즈케이스: 광고 콘솔에서 데이터를 받아 정리하기#
실제로 필자가 해 본 흐름 하나를 예로 들겠습니다. 광고 콘솔에서 특정 캠페인의 타겟팅 리스트를 내려받아 편집하고 공유하는 일입니다.
- “브라우저를 띄워서 광고 콘솔 페이지로 이동해 줘.” 로그인은 직접 합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입력하게 할 수도 있지만, 2차 인증 등은 아직 어려움이 있어 직접 하는 편이 편합니다.
- “브라우저에 뜬 광고 콘솔에서 XXX 캠페인의 타겟팅 리스트를 찾아서 내보내기 해 줘.” 에이전트가 화면을 인식하고 버튼을 찾아 클릭해 다운로드를 실행합니다. 이 절차를 스킬로 등록해 두면 다음부터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합니다.
- “원본 파일을 클릭 수 내림차순으로 정렬하고, 클릭 수가 100 이상인 행은 노란색으로 음영 처리해서 저장해 줘.” 원본이 CSV라면 서식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에이전트가 XLSX로 변환해 저장합니다.
- “엑셀 파일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링크를 알려 줘.” 드라이브 커넥터(MCP)가 연결되어 있으면 업로드와 링크 공유까지 이어집니다.
채팅형으로 하면 다운로드, 업로드, 복사, 다시 업로드가 네 번 반복될 일이 “작업 공간” 안에서 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아직 초기라 버그도 있고 중간에 의도와 다르게 실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는 이런 업무 프로세스가 조만간 보편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업 유형별로 고르기#
| 작업 유형 | 적합한 형태 | 이유 |
|---|---|---|
| 한 번 물어보고 끝나는 질문, 짧은 글 | 채팅형 서비스 | 가장 빠르고 준비가 필요 없음 |
| 같은 종류의 문서를 반복해서 만드는 일 | 나만의 챗봇(GPTs, Gem, Project) | 지침과 참고 자료를 한 번 정해 두고 재사용 |
| 여러 파일을 읽고 고치고 정리하는 일 | 작업 공간형(Cowork, 코딩 에이전트) | 파일이 에이전트 옆에 있어 왕복이 없음 |
| 웹사이트에서 손으로 하던 반복 업무 | 작업 공간형 + 브라우저 | 에이전트가 화면을 보고 직접 조작 |
| 매일 / 매주 정해진 시각에 돌아야 하는 일 | 상주형 에이전트 + 스케줄 | 사람이 없어도 실행, 결과를 메신저로 보고 |
정리#
- 채팅형 서비스만으로도 검색, 요약, 번역, 글쓰기, 코드, 데이터 분석, 시각 콘텐츠, 프로토타이핑까지 혼자서 처리하는 범위가 크게 넓어집니다.
- 그다음 단계는 채팅창의 왕복을 없애는 것입니다. 작업 폴더를 에이전트에게 주고, 브라우저와 외부 서비스를 연결하고, 반복 절차를 스킬로 고정합니다.
- 작업 유형에 따라 채팅형, 나만의 챗봇, 작업 공간형, 상주형을 골라 씁니다.
- 이것이 혼자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면, 다음 부에서는 혼자 제품을 만들고 굴리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